더치맨 커넥션임. 진짜 네덜란드 국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참 많이도 데려왔었음. 뭐 시즌마다 전 경기를 다 본 것도 아니고 라이브보단 역주행 했던 게 훨씬 많고 나중에 자료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스크랩 해둔 기사들 뒤져보고 그랬던 게 더 많지만 흐릿한 기억들을 살려봄.
97-98 시즌은 호돈 판 돈을 바르셀로나가 다 못 받아서 (당시 호돈과 호돈의 에이전트가 15% 를 가져감) 히바우두와 소니 안데르손 사는데 돈을 많이 써서 나머지 보강에 대해서만 반 할 요청을 들어줬던 걸로 알고 있음.
헤스프 - 바이아가 바르셀로나에선 잘했던 편이 아니어서 반 할이 아약스 시절부터 리그 내 좋은 자원으로 눈여겨봤던 헤스프를 주전 골키퍼로 쓰려고 데려왔었음. 그냥 말 그대로 밋밋했음.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특히 팀이 잘하든 못하든 한 번 실점하면 멘탈 나가서 속수무책으로 털리던 기억이 많았던 선수.
그 덕에 매 시즌 다득점으로 털리는 경기들이 적지 않았고 99-00 시즌엔 결국 반 할이 비판을 못 이기고 아르나우로 일시적으로 바꾸나 얘는 당시 꼬맹이라 더 심해서 결국 헤스프로 마무리. 못하는데 왜 쓰냐고 욕 먹던 선수 중 한 명이었음.
라이지허 - 반 할이 아예 처음부터 키워낸 선수 중 한 명. 미드필드로 성장한 선수를 풀백으로 만들고 이후에 오른쪽 전천후 선수로 만들고 여차하면 센터백도 보는 포리바렌테 느낌의 선수였는데 사실 스피드를 비롯한 신체 능력과 기술로 먹고 살던 선수라 센터백 서면 재앙 그 자체였음. 세브첸코한테 깜노우에서 농락 당하던 그 수비수들 중 한 명임. 페레르랑 둘이 누굴 막아야 할지 몰라서 좌우 다 돌아다니던 세브첸코한테 박살이 남.
반 할 이후 감독이었던 세라 페레르는 라이지허를 꼭 써야 하는 거 아니면 세르지 바르후안을 오른쪽으로 돌리거나 푸욜을 더 썼던 것 같고. 렉사흐는 대놓고 푸욜을 더 많이 썼음. 라이지허가 슬슬 맛이 가고 있기도 했고.
재밌는 건 세라 페레르 모가지 날린 경기는 오사수나 원정에서 3명이 퇴장을 당했던 그 경기였고 이땐 라이지허가 없었는데 그전까지 1승 5무하면서 보드진이랑 팬들 인내심을 다 깎아먹던 6경기 13실점의 주인공 중 한 명이기도 했음.
돌아온 반 할은 반대로 별로 중용을 안 했는데 레이카르트는 반 할도 슬슬 안 쓰기 시작했던 선수를 쓴다고 욕 많이 먹었던 걸로 기억함. 200경기 넘게 뛰었는데 한 골도 못 넣은 선수로도 유명합니다.
보가르데 - 반 할이 스파르타 로테르담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던 왼쪽 윙을 데려와 아약스에서 개조시켜 왼쪽 풀백부터 시작해 후방의 포리바렌테로 만든 케이스. 라이지허와 이후에 나올 클루이베르트와 마찬가지로 밀란이 자유 계약으로 주워와 바르셀로나에 팔아치운 선수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쿠토 (롭슨 넘어올 때 같이 왔던 선수) 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반 할이 계속 센터백 사달라고 해서 겨울에 온 선수.
잘한 경기 단 한 경기도 못 본 선수 중 한 명. 98 월드컵 도중에 골절 부상 당하고 그러고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98-99 후반기에 발목 부상으로 잘 보이지도 않았음. 옛날 아재들은 빠릿빠릿하고 에너지 넘치던 선수였다던데 전 그런 거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음. 틈만 나면 자빠져서 뭐하는 놈인가 싶었던 기억밖에 없음.
98-99 시즌은 종종 언급했지만 과정상 반 할 1기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고 잘 됐던 시즌. 누네스가 대놓고 반 할을 밀어준 시즌. 반 할 마음에 안 들던 선수들 중 쳐낼 수 있는 선수들은 다 쳐냈으며 전술적 변형 카드들까지 자기 색깔을 과감하게 드러낸 시즌.
코쿠 - 왼쪽 미드필드가 사실 주 포지션이고 팀이 제일 잘 돌아갔을 때도 코쿠-루쵸가 3 미드필드의 앞선에서 뛰고 펩이 받쳐주는 그림이었는데 그 그림이 자주 나오지는 않았고 첫 시즌부터 뛰라는 데는 다 뛴 선수. 루쵸가 윗선을 자주 커버했다면 코쿠는 아래를 자주 커버한 전방위 포리바렌테. 눈에 안 띄어서 그렇지. 그냥 잘했고 매우 영리했던 선수. 축구를 잘 이해했다의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반 할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감독이었기에 여러 요구를 들어주느라 보가르데가 골절 부상 당한 후로 센터백은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 임대로 때우려 했는데 사실 코쿠의 센터백 땜빵은 이때부터임. 반 할이 코쿠나 펩 대신할 선수로 챠비를 점찍은 것도 이때부터고.
암흑기를 버텨준 선수 중 한 명인데 당시 바르셀로나가 감당할 수 없는 연봉에다가 30대를 넘어선 선수였기에 라포르타가 그냥 프리로 풀어버렸음. 은퇴를 결심했던 루쵸랑 다르게 코쿠는 바르셀로나에서 더 뛰고 싶어 했던 걸로 기억함. 합류한 첫 시즌인 98-99 빼면 타이틀도 하나도 없고 진짜 고생만 하다 간 선수.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잘 다치지도 않았음.
젠덴 - 반 할 픽. 반 할은 안 풀리면 쓰리톱을 중앙으로 다 들어가게 하고 좌우 측면에서 최대한 속도를 내면서 어떻게든 볼을 안으로 집어넣어서 승부를 보는 전술적 변형을 상당히 좋아하고 잘 썼던 감독인데 좌측에서 그것을 해줄 선수로 찍었던 선수. 기복이 심했던 선수라 사실 좋은 활약을 했다고 보긴 그런데 빠르긴 진짜 빠른 선수 중 한 명이었음.
오히려 레이카르트가 반 할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썼던 국대에서 더 잘했던 걸로 기억함.
클루이베르트 - 이때 썼던 거에서 딱히 덧붙이고 싶은 게 없긴 한데 (클릭) 지금으로 치면 주변 동료들을 도와주기 위해 측면으로 자주 빠지던 선수. 도망 다니는 애들과 다르게 수비수들을 잘 끌고 다니고 주변 선수들 움직임에 맞춰서 중앙으로 들어가는 타이밍도 좋았고. 미친 짝발러였던 소니 안데르손과 다르게 제한성이 없었던 선수라 히바우두와 피구를 잘 도와줬던 편. 헌데 기복이 매우 심하고 게으르고 성격이 그지 같았음.
히바우두에 가려져서 그렇지. 코쿠, 루쵸, 챠비, 푸욜 등과 함께 암흑기를 먹여 살린 선수 중 한 명. 자기 관리가 개판이었기에 20대 중반에 맛탱이가 가버린 케이스 중 하나로 유명함.
프랭크 데 부어 - 결국 겨울에 누네스가 반 할에게 자기 목숨줄을 아예 100% 맡기고 큰 돈을 써버림. 그게 데 부어 형제 영입. 초장부터 언론들과 사이가 안 좋던 반 할은 데 부어 형제 영입으로 완전히 언론들과 틀어짐. 반 할은 최고의 영입 중 하나라고 극찬했지만 데 부어가 와도 무실점 경기는 보기 드물었고 깜노우 관중들은 데 부어와 헤스프, 반 할 등에게 야유로 보답해 줌. 데 부어가 잘못한 게 아닌 데도 욕 먹고 그랬던 걸로 기억함.
기가 막히게 패스를 뿌리고 쿠만, 펩 이후 가장 시원시원한 롱패스를 갈겨주던 선수였지만 사실 혼자서 팀의 수비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그런 선수는 아니었음. 협력 수비나 팀의 완성도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던 선수.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선 못한 기간이 적은 편은 아님. 반 할이 선수단 관리를 실패하고 파벌 논란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기도 했고. 그래도 건강했고 고생 많이 했음.
로날드 데 부어 - 젠덴의 반대편 오른쪽 전술적 변형 카드이자 좌중우 포리바렌테로 데려온 선수. 반 할이 본인에게 익숙한 선수들을 얼마나 선호하는 지를 보여주는 케이스 중 하나. 얘도 바르셀로나에선 잘한 경기가 찾기가 어려운 선수 중 한 명. 반 할 나가자마자 과감하게 정리해 버림.
99-00 시즌은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팀이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온갖 잡음에 시달리고 파벌 논란까지 터지고 누네스까지 거의 영향력이 없던 반대파들이 쎄지기 시작하면서 위기에 몰리고 그 여파로 의장, 감독이 동시에 물러나는 그림이 나온 시즌.
재밌는 건 전반기가 끝났을 때 바르셀로나는 리가 4위, 마드리드는 리가 12위였는데요.
바르셀로나는 코파 델 레이 4강에서 1차전 3대0 당하고 2차전 부전패로 떨어지고 (뛸 선수가 없어서 2차전 연기 신청했는데 거부 당해서 경기를 안 뜀) 챔스 4강에선 발렌시아한테 농락 당하고.
마드리드는 존 토샥 후임으로 왔던 델 보스케가 당시 바르셀로나보다 한 발 먼저 터졌던 마드리드의 파벌을 잠재우고 챔스 우승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하죠. 마드리드는 이때 빚더미에 앉아있던 팀이라 챔스 우승을 못했으면 그대로 암흑기에 돌입했을 건데 희비가 갈리는 부분이었음.
이 시즌 마드리드가 챔스 우승을 못했다면 두 팀의 역사는 조금은 바뀌었을 지도.
리트마넨 - 더치맨은 아니지만 파벌 논란을 가속화 시키고 정점을 찍게 만든 선수였음.
지오반니, 소니 안데르손을 반 할이 선호하지 않았기에 기어이 털어내고 마드리드 유스 출신에 리가에서 기량이 무르익던 다니 가르시아와 반 할이 원했던 리트마넨을 영입했는데 반 할이 더 노골적으로 본인이 선호하는 선수들만 쓰면서 라커룸이 터져버림. 마드리드는 스페인-비스페인이었다면 바르셀로나는 네덜란드 (+ 아약스 출신)-카탈루냐-그 외로 나뉘어 버리는 기현상이 발생.
반 할의 아약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지만 바르셀로나에선 이도 저도 아닌 존재 가치를 알 수 없었던 선수. 영리한 포지셔닝과 순간적인 센스 등은 바르셀로나에선 찾아볼 수가 없었음.
그러고 부의장을 지냈던 가스파르트가 누네스를 역으로 조져버리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새로운 의장으로 취임하고 최대한 더치맨들을 비롯 반 할과 누네스의 작품들을 정리하지만 이미 주전으로 자리 잡은 더치맨들이 너무 많았고.
피구의 대체자였던 오베르마스도 더치맨이었고. 팀을 보드진 입맛대로 운영하기 위해 선임한 허수아비 감독 세라 페레르는 선수들에게 아무런 힘도 없었기에 역으로 휘둘리고 한 번 더 파벌 논란에 휩싸이며 팀은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함.
사실 더치맨하면 바르셀로나라고 하지만 예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막상 여기 와서 영광을 누리고 업적을 이룩하고 확고한 레전드로 자리 잡은 선수는 크루이프 (선수보단 감독으로) 랑 쿠만 말고 없음.
반년 뛰고 가버린 다비즈를 웬만한 더치맨들보다 오히려 더 높게 보고 레전드로 취급하는 것도 바닥에 있던 팀을 끌어올린 공신 중 하나라서 그런 게 크죠.
어떻게 보면 바르셀로나의 더치맨들은 크루이프와 쿠만, 다비즈 빼면 암흑기의 상징들임. 그래서 그런지 팀이 자주 교류해 왔던 사람들도 저 셋밖에 없었고. 데 부어는 만약 펩이나 티토 후임으로 감독으로 왔으면 쿠만보다 더 언론들한테 놀아났을 거임.
재밌으면서도 신기하면서도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