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네스가 참 대단한 의장이면서도 악덕한 의장이기도 했음. 유럽 내에서 당시 뒤쳐진 시청 문화를 갖고 있던 나라 중 하나였던 스페인에서 중계권으로 돈 장사 해 먹을 생각을 제일 먼저 한 인물이기도 했고. (리가 중계권 구조가 무너지고 중하위권 팀들 지옥으로 가는 직행 티켓 끊어준 시초임)
나중에 자기가 필요할 때 팔아서 써먹으려고 땅도 여러 개 사두고 장기적인 계획도 짜두던 사람이었고. (결국 이건 가스파르트는 빚 갚으려고 써먹고 라포르타는 선수들 영입할 때 자금 융통하려고 써먹음)
거의 죽을 때까지 의장 해 먹을 계획을 차근차근 짜던 사람. 문제는 항상 자기는 뒤편으로 도망치려 해서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곤 했음. 그게 반 누네스파를 만든 가장 큰 이유였고.
에스페리아 항명 사건으로 여론이 박살나자 크루이프로 회복하려고 크루이프를 감독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유스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주겠소! 라며 입을 털지만 막상 몇 년 뒤 크루이프가 거기서 배운 선수들을 잘 안 쓴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누네스는 오히려 더더욱 사지에 몰아넣었죠.
크루이프는 결국 카탈루냐 언론들과 감독 말년에는 적이 되면서 멀어짐. 동시에 누네스에 대한 반감이 강해지기 시작했던 것도 이때임. 카탈란들에게 크루이프는 존재 자체가 신과 다름 없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팬들의 존재를 알고 팀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크루이프는 롭슨, 반 할 때까지 때론 조언자로서 원정도 동행하고 그랬죠. 원정 가는 비행기에서 무링요와 밤샘 토크도 롭슨 때 일화임.
제일 컸던 건 한 번의 위기를 넘기고 본인 모가지가 날라갔던 99-00 시즌. 험악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 챔스 4강 2차전이 끝나고 나서 펩이랑 피구를 기자회견장에 보내 모든 욕을 이 둘이 먹게 만들었음.
반 할도 매우 독단적이고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고 사는 사람이었지만 그 성격 탓에 보드진이 먹을 욕도 다 먹은 사람이기도 했음. 근래의 의장들과 참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죠? 심지어 크루이프와 반 할을 필살기로 써본 누네스의 모습은 현재 돌려막기로 의장을 하고 있는 운동권 세대들에겐 교과서적인 운영으로 자리 잡고 그대로 가고 있죠.
가스파르트는 그냥 능력은 없지만 팀에 대한 애정과 팬들과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려 하는 의장이었음. 선수들 골 넣으면 진짜 기뻐하고 먹히면 파르르 떨고.
물론 그게 본인에게 쏠릴 비판들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표현하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적어도 능력을 떠나 행실만 놓고 보면 가장 바르셀로나를 축구 내적으로 성실하게 바라보던 인물. 능력이 없었고 좋은 주변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을 뿐. 영입도 대부분 렉사흐와 당시 스카우터들의 눈에 의존하던 사람.
가스파르트는 누네스의 작품들 중 누군가는 좋은 선수란 걸 부정하지도 않았고 당시 매력을 잃어가던 바르셀로나를 떠나고 싶어 하던 선수들만 과감하게 정리했음. 오히려 담금질도 안 해 본 꼬맹이들을 돈으로 보고 팔아치우는 걸로 이미지가 박살 난 인물.
개인적으로 현재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건 그래도 지역 언론들이라고 생각함. 지역 언론들이 더 이상 우호적인 기사들이나 보드진 중 누군가가 흘리는 정보들을 써주지 않고 전체적으로 비판과 비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자기들이 누네스, 가스파르트 잔재들 치워버리겠다고 모인 거처럼 반 라포르타를 외칠 확률이 높거든요.
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라포르타는 그것을 더더욱 의식하겠죠. 근데 그럴 확률이 없죠. 언론들부터 맛이 가버렸으니.
가스파르트를 족치고 누네스의 잔재들을 없애기 위해 (가스파르트도 누네스의 잔재 중 하나였음) 모인 이 운동권 세대들은 바르셀로나에는 변혁이 필요하다고 외치던 사람들이었음. 근데 따지고 보면 그들은 언론들에게 이미 찍힌 가스파르트의 이미지를 땅바닥까지 박아버리고 공개적인 자리에 다시는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거 외에는 사실 누네스가 하던 것들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하고 있을 뿐임.
적자가 1억 유로가 넘어버리고 3시즌 예산을 헛으로 써버리고 클럽의 재산들을 막 써버려 팀이 엉망이던 2003년 라포르타는 바르셀로나의 변화를 상징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선수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베컴 영입을 외치지만 그게 여의치 않자 당시 괴팍한 팬들의 상징과도 같던 seny 를 외치며 바르셀로나만의 정신이 팀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언론 플레이를 하죠. 그러면서 뒤에선 로셀에게 딩요 영입을 지시하고 있었음.
지금도 겉으로 유스를 외치면서 뒤에선 데코에게 일을 시키고 작품 만들기에 목숨을 거는 게 이때랑 하나도 다르지 않죠. 라포르타는 권력이 주는 달콤함을 알고 바르셀로나 의장으로서의 성공이 만들어 주는 이미지가 얼마나 환상적인지를 아는 사람일 뿐임.
이제는 바르셀로나의 축구라는 독특하고 이질적인 무언가도 필요하지 않고 성적만 잘 내면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여전히 많은 소시오들에겐 클럽 그 이상이란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이 카탈루냐=바르셀로나란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잘 알죠. 라포르타도 그중 한 명이고.
라포르타는 그냥 크루이프의 변호사를 했던 전적 덕에 호감을 사기 쉬웠고. 자연스레 크루이프란 인물에 덕을 보고 그것을 잘 활용한 인물이지. 한 번도 팀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적은 없는 인물임. 오히려 자신이 바르셀로나를 두 번이나 살려내고 성적을 낸 역대 최고의 의장이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쇼를 하고 있는 거죠.
펩이 한 시즌만에 팀을 살리지 않았으면 얘도 바르토메우처럼 처참하게 쫓겨났을 인물이었음. 그러니 펩 선임을 크루이프와 치키가 계획하고 밀어붙인 건데 늘 본인의 혜안처럼 포장하는 거죠. 실제로 로셀은 이 이미지를 매우 싫어해서 티토로 대응하려고 했던 거고.
응원하는 팬들은 몰라도 사실 이 정치인들은 테바스를 욕할 자격이 없음. 테바스가 그러는 건 100% 얘네들 때문이니까.
라포르타는 로셀, 바르토메우와 다르다?
그는 팀을 사랑한다?
그는 매우 능력 있는 사람이다?
아직도 이런 것들을 믿는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 쓰레기들 사이에서 덜 걸리고 이미지가 가장 잘 잡힌 쓰레기일 뿐. 사실 능력만 보면 로셀은 저 둘하고 묶일 수준의 사람도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