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 용의 문제 중에선 개인적으론 이런 부분들도 있다 보는 편입니다.
데 용도 센터백도 뛰어보고 변형 쓰리백도 해보고 다 해봤지만 문제가 뭐냐면 순수하게 자신의 개인 능력으로 극복한다는 겁니다. 그게 대단한 걸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발전하는 건 더디단 뜻이거든요. 어차피 하던 데로 하면 따라갈 수 있고 메워지니까.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대로 '데 용은 후방이 어울려' 이러죠. 그렇게 넓은 범위를 책임지면서 때로는 빠르게 전진하니까. 사실 대부분은 볼이 움직이는 속도보단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를 보기도 하고...
유도도 하죠. 못하는 건 아닌데 팀이 필요로 하는 매우 정석적인 유도 (본인이 매우 위험한 곳으로 가서 본인한테 최대한 많이 붙게 하면서 패스) 를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경합 능력을 활용하고 원온원을 어디서든 과감하게 하는 쪽에 가까우니 사실 동료들 공간을 열어준다의 개념보단 본인의 전진의 개념에 더 가깝다는 거죠.
그러니 그런 경우에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 동료들이 메우러 가지도 못하거나 늦는 겁니다. 전 이런 건 아예 유도로 분류하지도 않는 편인데 챠비도 비슷하고 플릭도 비슷하겠죠.
이러니 감독들은 죄다 전방에서의 가능성을 시험합니다. 저런 것들을 굳이 후방에서 시키면서 비중을 올렸다가 쟤가 실책성 플레이가 평소보다 잦은 날이나 간파하고 공략하면? 그땐 어쩌게? 싶은 거죠. 애초에 부스케츠의 대체자로 들어온 선수도 아니고 바르셀로나가 필요로 하는 것들도 그런 게 아니었기도 하구요.
플릭도 그 적은 출장 시간에서도 보여줬죠. 쿠만만 유일하게 팀이 패스 앤 무브가 안 돌아가고 실책이 늘어나니 노선을 바꿨던 거뿐입니다.
이렇게 감독이 선호하고 필요로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니 데 용이 애매해지는 겁니다. 챠비가 그래서 데 용 내보낼 거면 베르나르도 실바 사달라고 한 거죠. 얘는 확고한 쓰임새가 시티에서도 보였고 챠비가 미드필드들에게 1순위로 원하는 것들을 대부분 갖고 있고 여차하면 다른 것들도 됐으니까요.
그다음엔 도저히 자기 머리론 답이 안 나오고 가르칠 줄도 모르고 이해시킬 줄도 모르니 일단 다른 건 모르겠고 베르나르도 실바는 무조건 사달라 한 거죠.
분명히 다양한 쓰임새가 있고 좋은 선수가 맞는데 팀이 필요로 하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선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데 용을 싫어하는 팬들은 이 지점에서 계속 걸리는 거라 봅니다.
전술적 중심에 가까운 비중의 선수인데 은근히 제한성이 있어.
포리바렌테인 거 같은데 은근히 어디서 뛰든 비슷해. 그래서 아닌 거 같기도 해.
분명히 보조자로서 매우 잘하는데 사실 뭐가 발전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
10년짜리 미드필드 재능은 맞는 거 같은데 뭔가뭔가야.
확고한 방향성이 중요하다 얘기했었던 것도 이런 겁니다. 감독이 데 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이건 네덜란드처럼 써라, 아약스 때처럼 써라 그런 소리가 아닙니다.
데 용이 배움이 느린 거 같다 느끼는 거도 생각 이상으로 꽤 다양한 영역에서 보이는 문제도 맞습니다. 이건 단순히 제 느낌이 아니라 그냥 반박이 안 되는 문제라 봅니다.
솔직히 바르셀로나가 필요로 하는 미드필드로서의 모습은 합류 후에 50% 도 못 보여줬다 봅니다. 이 부분들은 오히려 이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페드리가 훨씬 더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보고 계속해서 말씀드려 왔죠.
그래서 얘기했던 거죠. 재능의 크기 자체는 어쩌면 데 용이 더 클 수 있어도 (이전엔 이건 확고했는데 이제 잘 모르겠음. 배움이 너무 느림) 바르셀로나가 원하고 찾는 미드필드는 페드리라고.
이게 재능의 크기가 작거나 사실은 돌대가리라서 일어난 문제냐? 전 그건 아니라 보거든요. 오히려 그랬으면 티가 빨리 났겠죠. 적정 수준 이상의 머리가 돌아가고 신체 능력도 좋고 실력도 좋으니 안 되는 것들도 그걸로 어느 정도 만회가 되는 그런 케이스에 가까운 건데 솔직히 절충하기 힘든 문제라 봅니다.
개인적으론 공부 잘하는 애가 다양한 풀이 방식을 익히고 그걸 다 체화시키는 게 아니라 어떤 문제를 보든 다 야매 풀이를 하는데 그게 웬만한 문제에는 다 먹히는 그런 케이스에 가깝다 보긴 합니다. 85점을 맞았는데 왜 85점을 맞은 지 모르는 그런 거죠.
실제로 상호 작용이나 호환성이 안 좋은 선수는 또 아니기도 하고 복잡하게 써야 잘하는 선수도 아니고.
데 용 얘기를 숱하게 써오면서 많이 봤던 질문들이 펩 밑으로 갔으면 달랐을까요? 인데 솔직히 전 그건 별로 와닿는 질문은 아닙니다. 이 정도로 (데 용 기준) 새로운 것들에 대한 배움이 느린 게 펩 밑으로 간다고 엄청나게 큰 차이로 달랐을까? 전 아니라 봐요. 그러니 연봉을 감안해도 타 팀들에게 인기가 너무 없었던 거라 보는 게 더 맞겠죠.
물론 펩이 하비 마르티네즈 고쳐보려고 했듯이 어떻게든 고쳐 버릇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솔직히 너무 행복 회로 풀로 돌린 가정이라 봅니다.
플릭이 너무 저자세라 보드진의 말이나 행동 등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맞다 봅니다. 근데 그게 기용 방식에 영향이 무조건 있다. 라고 하는 게 아니라 만약에 그렇다면 하루 빨리 꺼지라고 얘기하는 것도 사실 현 스쿼드에서 데 용을 확고하게 쓰면서 절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도 맞다 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보드진에게 휘둘리는 게 내적인 영역에도 존재한다면 플릭이 트레블을 하더라도 전 언젠가는 어떤 식으로든 팀을 병들게 할 감독이고 꺼져야 하는 감독이라 확신하구요. 레이카르트는 자기 잘못이라고 하면서 욕이라도 먹었지. 이건 교묘하게 책임 회피하는 거니까요.
저런 얘기들을 차치하고 순전히 제 감상으로는 여전히 플릭은 데 용의 쓰임새를 확고하게 찾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봅니다. 훈련에서도 보이겠죠. 안 보일 수가 없다 봅니다.
바르셀로나는 패스 앤 무브를 섞어도 그걸 전방위적으로 할 팀도 아니고 (플릭도 안 그러고 있죠.)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는 거보단 볼이 느리게 돌다 빠르게 움직이는 걸 추구하고 가르치는 팀이기도 하고 데 용은 여전히 이 타이밍을 스스로 캐치를 잘 못하죠.
그리고 후자는 어느 정돈 절충할 수 있어도 아예 버릴 수 없는 게 그게 볼 소유의 원리와 상대의 대응 방식 등을 깨는 아주 기초적인 부분들이라 그렇습니다. 펩도 어딜 가든 이 기초는 변하질 않죠.
전 아직은 데 용이 저는 물론이고 대다수의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다 보는 편이긴 합니다만... 이젠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보는 게 맞겠죠.
아라우호는 안 되는 건 어떻게 해도 안 되니 팀이 대놓고 절충해도 한계가 보이는 쪽 (물론 여기서 스쿼드 더 엎었을 때 어떨지는 모름) 이라면 데 용은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쪽이라 말장난 같아도 차이가 있습니다. 뭐 어느 쪽으로든 데코 눈에도 보이니 둘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돈 마련할 수단으로 보는 거겠죠.
이용하고 써먹기 좋고 한 명은 전임자 작품인 것도 있고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들은 당연한 거구요. 데코 무능하다고 까는 사람 중 하나지만 적어도 축구 내적인 면에선 그렇게까지 막 눈깔이 잘못된 사람이라 보진 않습니다.
아라우호는 팀이 아라우호한테 맞출 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선수고. 데 용은 여기서 더 뚜렷하게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면 서로를 위해서 헤어지는 게 최선이라 봅니다.
아라우호는 바르셀로나가 선택할 일만 남은 문제인데 데 용은 이젠 바르셀로나보단 스스로에게 달린 문제에 더 가깝다 보네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