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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옛날에 축구 볼 때

by 다스다스 2025. 10. 6.




기대하던 것 중 하나가 이거였음.





비엘사한테 배운 선수들 중에서 매우 영리해서 습관이 안 들고 내외적인 환경에 영향을 덜 받으며 (가능하다면 거의 안 받으며) 뛰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란 환상.





전 이랬다면 사실 다수는 비엘사의 제자들에게 기대가 컸거든요. 시메오네, 포체티노, 타타 이 3인방이 막 떠오를 때 이들에게 많이 기대하던 게 비엘사의 꽉 막혀있는 내외적인 부분들을 유연하게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굉장히 컸음.





더 고평가 받으며 더 먼저 떠오른 나머지 둘과 다르게 시메오네가 여전히 주류에 살아남아있는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하구요. 초창기엔 타타가 제일 고평가 받았음. 바르셀로나가 그거 때문에 노린 것도 이유 중 하나고.





아직도 바르셀로나 팬들 대다수는 이해 못 하지만 타타 선임도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너무 유스 위주 (지금도 심하다 보지만 당시는 정신병 MAX 였다 생각함. 바그낙이나 몬토야, 삼페르 같은 노답 구더기들도 평가가 말이 안 됐으니) 로 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과 익숙해져 가는 팀이 무너져 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동시에 고려한 선임이었다 생각하구요. 타타가 그릇이 작아서 문제였을 뿐이죠.





사실 비엘사한테 배운 선수들 중 제일 기대한 건 산체스였는데 당시 msn 이란 메신저로 교류하던 영어가 가능한 남미 축덕 친구들한테 wmv (야동이나 옛날 동영상들 좀 치신 분들은 이 확장자 모를 리가 없을 듯) 로 녹화 뜨거나 비디오 추출한 영상들을 받아서 보곤 했었는데 습관이 잘 안 들고 성실한 게 가능성이 보였었음.





결국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바르셀로나까지 왔는데 문제가 뭐였냐면 겪어본 적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의 정확도와 높은 밀도의 수비를 거의 90분 내내 상대할 것을 요구하니 다른 데선 별로 크게 문제가 안 되던 주발 의존도와 방향 전환 (왼쪽에서 뭔가 하려 하면 항상 중앙을 쓰거나 동료들이 오른발 각을 뚫어줘야 했음. 주로 움직이던 오른쪽은 혼자 힘으로 안 되면 바깥으로 밀려나는 선수였고) 이 문제가 됐음.





메없산왕이 농담 삼아 나온 얘기로 시작됐지만 사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던 얘기기도 했던 건 산체스가 중앙 공간을 본인이 원할 때 아무 데나 막 쓸 수 있다는 차이가 꽤 컸음. 메시-세스크와 중앙 공간을 나눠먹을 땐 본인의 역할은 상대 수비수들을 최대한 끌어 모아주는 거였지. 자기가 원하는 데로 하는 게 아니었으니..





결국 고난이도의 다수의 수비수들을 오프 더 볼과 경합으로 찍어 누른다는 측면에선 산체스의 가능성은 당시 바르셀로나가 데려올 수 있던 선수들 (비현실적인 매물들 제외) 중에선 으뜸이었고 개인적으로도 한 7-80% 증명했다 보나 기술적인 한계가 생각 이상으로 컸다는 거.





본인이 자유롭게 뛸 수 있는 팀으로 가면서 플레이 스타일도 완전히 다 바뀐 케이스.





동시에 기대감이 상대적으론 덜하지만 꽤 있던 선수는 비달인데 뮌헨 간다 했을 때 기대하던 게 선수의 무지성 전진 성향을 좀 죽일 수 있다면 (비엘사 + 유럽 축구를 처음 배울 때 당시 바르셀로나-스페인 따라잡기가 유행하던 독일에서 배운 게 이 습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생각함) 더더욱 만능의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었는데 불가능한 영역이었음.





바르셀로나로 올 때도 발베르데 성향 + 선수가 보여준 한계 등등을 생각했을 때 후방 자원으로 볼 가능성은 없다 했었고 그대로 이어졌는데 지금이야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조금씩 타협하는 비엘사지만 당시는 노빠꾸 축구를 추구했기에 선수들에게 일단 어떻게든 전진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걸 기를 쓰고 가르치던 게 비달 개인에겐 독이 됐음.





물론 산체스나 비달이나 비엘사를 안 만났다면 유럽에서 적응기가 엄청 오래 걸렸을 거라 생각하지만 득실을 따져보면 실도 분명히 있었다는 거.





공교롭게도 이런 비엘사의 가르침을 받은 선수들을 어떻게든 바꿔보려다 다 실패로 돌아간 게 펩인데 펩이 그런 점에서 필립스를 찬성한 건 남미의 자유로움이 어렸을 때 덜 박히고 (애초에 산체스나 비달이나 자유로움이 어울리던 선수들) 체계적으로 배운 선수가 성인 레벨을 드나들 때도 체계적으로 배운다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란 생각이 컸을 거라 생각함.





게다가 빌바오에서 하비 마르티네즈 가르칠 때의 비엘사랑 이때의 비엘사는 다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니..





근데 여기선 다른 문제가 나타났는데 체력적 우위를 살린 움직임을 많이 강조하는 축구를 하다가 동료들은 볼이 오기 전에 좋은 위치를 잡고 기다리는 축구를 하는 곳에 오니 동료들보다 자신이 훨씬 더 영리하게 움직이면서 실책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패스 루트를 뚫어줘야 하니 선수 색깔이 아예 사라져 버렸음.





동료들이 대부분의 경우 여러 방향으로 뛰면서 패스 루트를 늘려주면서 볼을 받아주는 거랑 멈춰 서서 기다리는 거랑은 다르니까.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고 때론 과감하게 움직여야 하는 선수 중 하나가 거리가 먼 플레이를 하고 나아질 기미가 단기적으로도 안 보이니 눈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함.





이제 가능성이 보이는 건 하피냐인데 사실 좀 놀라운 편이긴 함. 오른발 사용 빈도 늘리는 거나 본인의 부족한 부분들은 인지하고 되든 안 되든 뭐가 됐든 일단 시도해보는 거나. 이렇게 선택지를 늘리니 판단력도 많이 좋아진 편임.





사실 나이 먹고 안 되는 것들 필드 위에서 과감하게 해 보는 게 쉽지 않은데 에고가 강한 만큼 향상에 대한 의지도 강한 건 마인드가 참 뛰어나다 칭찬할 부분임.





근데 뭐 재능의 크기가 크다는 생각은 여전히 안 하긴 하는데 (아무리 더 이거 저거 해보면서 나아진다 해도 이 이상 해낼 거란 기대감은 없음) 비엘사 밑에서 배우면서 자란 선수들 중 가장 습관이 덜 들어있고 잘 배운 느낌이 드는 선수라는 점에서 고평가 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긴 함.





지금처럼 미스가 나더라도 일단 어떻게든 박고 보는 플릭 성향의 덕을 많이 보고 있는 선수 중 하나라 보기도 하구요.





뭐 이제는 비엘사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은 선수가 나올 일이 없어 보여서 이런 재미를 느낄만한 게 있으려나 싶음. 자기 말 들을 때까지 때려 박는 게 근래의 세계 문화에선 꽤 거부감 심한 게 되기도 했구요. 이 영감도 그러니 요즘은 안 그러고.





옛날엔 바르셀로나 한 번 오면 후유증은 어떻게 올지 가늠이 안 돼서 걱정도 되지만 1-2년은 진짜 재밌겠다란 생각을 했었는데 타타가 그냥 팀이 진짜 이러다 몇 년 암흑기 제대로 겪을지도 모르겠다는 걸 보여주니 모든 걸 다 이해했던 거 같음. 그래서 더 클롭을 바랐던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발베르데 후임이나 세티엔 후임 때도 오면 후유증 장난 아닐 거다로 선 그은 거고. 펩의 저런 소소한 도전들도 나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젠 스스로 그런 도전의 영역은 많이 내려놓은 느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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