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승으로 절대 인정을 안 하던 사람들에게까지 인정을 받았지만 이미 09-10 부터 누구랑도 묶일 선수가 아니었음. 그리고 이것도 많이 봐준 거임. 제 기준이 아니라 그냥 눈이란 게 달렸으면 반박할 생각 자체가 안 들어야 정상.
그전에도 메시를 계속 따라다닌 사람들은 누구랑도 묶을 수 없고 실력으로 정점을 찍을 거라고 확신했겠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고) 문제는 건강함에 대한 부분이었겠죠. 메시는 너무 자주 그리고 위험하게 다쳤으니깐.
그런 메시가 건강함을 조금씩 증명하기 시작하면서 바르셀로나 팬들은 A매치 주간 (세계공용어지만 바르셀로나 팬들이나 지역 언론들이 유독 피파 바이러스란 말을 참 많이 썼음) 만 오면 메시 부상 소식이 없기만을 바라면서 다음 경기를 기다리곤 했는데 사실 메시는 아주 옛날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본인을 증명하려고 기를 쓰고 무리를 해왔음.
그리고 이게 앞서 말씀드린 거처럼 팬들에겐 건강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을 증폭시켰죠. 메시는 아르헨티나만 가면 다른 사람 같았음.
많은 사람들이 펩 때부터 부에나벤추라, 프루나 등을 통해 24시간, 7일, 30일, 365일 루틴을 만들어 주면서 건강해진 걸로 알고 있지만 메시는 레이카르트 때부터 플레이 자체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음. 프루나의 관리 프로그램도 05-06 때부터 이뤄지고 있던 거고.
안쪽으로만 들어오는 드리블이 왜 위험한지
왜 본인이 왼발 잡이임에도 오른발을 잘 써야 하는지
달리면서 받는 비중을 왜 줄여야 했는지 등등...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이뤄지고 펩을 만나면서 중앙화가 이뤄지고 효율성을 찾기 시작하던 시기에도 아르헨티나에선 좀 달랐음. 사실 팬들이 제일 우려하던 건 이거였죠. 왜 아르헨티나만 가면 옛날로 돌아가는 걸까.
이때 이런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던 건 메시 담그려고 나오기 시작하던 대응책들이 슬슬 변화하고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임. 경로 몰아서 가위 치기 하거나 카드 받으면서 돌려 막기로 발목 까기가 안 먹히니 겹겹이 수비로 허벅지 차고 덮치는 수비가 유행하던 시기.
그리고 이것도 잘 안 먹히니 다리 부러뜨리거나 무릎이나 허벅지 망가뜨릴 각오로 일부러 다리 깊게 넣어서 수비하는 페어 플레이는 개나 줘버린 수비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던 시기. (이건 메시한텐 안 먹혔는데 다른 선수들한테는 제대로 먹히기 시작...)
메시 팬이면 특히 후안데 라모스랑 포체티노는 사람 취급을 해줄 수가 없는 게 정상임. 리가에서 메시 담그기 유행시킨 건 이 둘이 선봉장이었고 아무렇지 않게 그걸 수비의 일환으로 포장하던 대표적인 쓰레기들임.
변태 같은 축구로 욕 많이 먹던 사베야가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것도 스칼로니 이전에 이걸 조정하려 나름 노력한 유일한 감독이었던 게 컸죠. 페케르만은 제쳐두고 바실레, 마라도나, 바티스타 죄다 메시를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킨 감독들임.
메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카탈루냐, 스페인 문화를 겪으며 자라온 아르헨티나인이었으니 자국 언론들은 이미 색안경을 쓴 상태였고. (자국인이라 인정하지 않는 언론들도 적지 않았음) 실력으로 말하는 타입이라 결과를 못 내면 항상 메시는 앞선에서 공격을 받았음.
바르셀로나 경기할 땐 쟤가 우리나라 사람이야 하면서 치켜세우던 놈들이 막상 국대 오면 쟨 진짜 아르헨티나 사람이 아니야 하던 거죠. 메시가 단순히 올림픽 외에 성과가 없어서 욕을 먹던 게 아니라는 거임.
디 스테파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마다 쓰던 올레 칼럼에서 대놓고 쉴드를 쳤던 11 코파가 아주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 디 스테파노가 이런 메시의 당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본인도 선수 시절 아르헨티나의 나라 사정, 본인 집안 사정 등을 바탕으로 조국을 떠나고 심지어 조국을 불신하던 사람이었으니) 그는 아르헨티나인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어필한 거죠.
옛날 국대 경기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바르셀로나보다 더 열심히 뛰어다니고 무리란 무리는 다하고 다녔음. 드리블도 과도하게 많이 치고 경합도 너무 위험하게 자주 하고.
티토와 타타를 성적을 떠나 제일 많이 비판했던 건 메시의 때로는 해야 하는 하이 리스크 성향을 완전히 죽여버린 장본인들이라 그런 것도 있음. 아르헨티나에서 사베야가 적정선을 찾아가는가 싶을 때 딱 이 둘을 거치면서 메시는 클럽과 국대를 가리지 않고 합리적, 효율적인 판단에 기반한 플레이들만 하기 시작했죠.
자신이 온전히 훈련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도 때론 뛰어야 한다는 그 상황 (프루나가 직접 증언함) 을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 그거였는데 그런 위험에 노출시킨 건 다름 아닌 저 둘이었음.
스토이치코프가 보드진이 자금 마련을 위해 산체스 팔아버린다 했을 때 (이미 루쵸가 수아레즈 영입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었지만 스토이치코프는 당시 내부자가 아니었으니) 팀 망한다고 욕하던 것도 이런 변해버린 메시의 성향상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란 게 제일 컸죠.
사실 이렇게 변하고 14 월드컵 우승을 실패하면서 개인적으로 코파는 몰라도 월드컵은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혔었음.
클럽에서도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은퇴하기 전까지 강하겠지만 이전에 만났던 인테르나 아틀레티코 같은 팀들을 토너먼트에서 만나면 앞으로는 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더욱 합리적, 효율적인 판단들만 하려 할 텐데 과연 단기전에서 옛날의 메시의 반만큼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싶었으니까요. 어쩌면 루쵸가 산체스보단 수아레즈가 알맞다 본 가장 큰 이유였을 지도요.
토너먼트 우승은 때론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 경기 양상과 결과를 좌지우지할 때가 있는데 메시는 더 이상 하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정말 운이 안 좋게도 (메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발베르데를 만나면서 여기서 더 타협이 들어가고 바르셀로나도 동시에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죠.
슬슬 리더쉽 논란이 일어나고 (저 역시 경기 리뷰 할 때마다 질문받았던 기억이 남) 메시가 해주지 못하는 경기들이 늘어나기 시작할 때쯤 모든 상황들을 합리적으로만 판단하려는 게 문제라 지적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 그게 메시의 최대 장점이자 최대 단점으로 작용했다 생각함.
이걸 극복했기에 나이를 먹어서도 여러 차례 증명할 수 있었다 봅니다.
사실 단순히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나은 감독과 가장 본인에게 맞춰진 선수단을 만나서 성과가 나왔다기보단 (물론 이게 제일 큰 건 맞음. 부정의 의미가 아님) 바르셀로나를 떠나면서 자신의 플레이들도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다 보는 편입니다.
아마 바르셀로나에 남았다면 당시 보드진은 메시의 마지막을 기를 쓰고 달려볼 생각이 아니었으니 (구더기가 된 스타들도 다 남기면서 스타 군단을 만들어 리가 우승 정도만 깔고 들어간다 판단하고 경제적인 효과를 보는 게 우선이었으니) 상대적으로 이런 걸 스스로 느끼기 더 힘들었을 거라 봅니다.
어쨌든 메시에게 모든 걸 맡기고 기대고 해 주길 바라는 팀이었으니... 아마 계속 자신이 때론 하이 리스크로 뛰어야 한다는 걸 생각조차 안 했겠죠.
어떻게 보면 환경의 변화가 메시의 마지막을 더 빛나게 해주지 않았나 싶음.
뭐 아직 조금 남았지만 이제 모든 부담감을 덜어내고 자국민들에게 인정받은 메시의 남은 과제는 힘닿는 데까지 뛰는 거겠죠. 동료들에게도 베테랑으로서 무언가 퍼뜨릴 수 있을 테고.
개인적으로 메시의 커리어에서 제일 아쉬운 건 티토-타타와 발베르데 때부터 바르셀로나 떠날 때까지임. 보드진 중에 생각이란 게 있는 놈 한 놈만 있었어도 메시의 마지막은 이성적으로 (유지는 절대 X) 달려야 한다는 걸 느꼈을 텐데 너무 안일했음.
종종 메시의 감독 운에 대해서 얘기하는 걸 보지만 로셀이 연임을 노리고 네이마르를 작품 (본인 업적) 과 투자 (선거 자금 및 에이전시 커넥션) 의 개념으로 데려오다 걸리면서 바르토메우, 라포르타 2파전이 된 게 제일 운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음.
그때부턴 보드진이 감독들 말도 다 쌩까면서 작품 만들기와 유지에 미쳐버렸으니... 적어도 라포르타를 완전히 밟아 죽였다면 바르셀로나와 메시의 미래도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함.
선수 출신들이 자리를 다 먹는 게 아닌 이상 누군가의 독주가 어쩌면 바르셀로나에겐 가장 정답에 가깝지 않았을까. 누네스가 그랬던 거처럼.
로셀이 정의라고 얘기하는 건 아님. 이전에도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고. 두 파로 갈라져 정치질하는 건 거의 없어졌을 거라 얘기하는 거. 전 로셀도 티토 선임한 것도 모자라 권한 몰빵 해서 팀 붕뜨게 만든 장본인이라 봐서 고평가 하고 싶지 않은 사람임.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뭐 그렇습니다. 말년에 성과를 얻은 건 운보단 메시가 알게 모르게 변한 게 아무리 못해도 2순위 요인은 되지 않을까 싶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