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긴 함.
레전드라고 팀의 기강을 잘 잡고 선수들이 잘 따라가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우상으로 삼거나 따라하고 싶었던 레전드였냐가 중요한 거임.
펩을 많이들 얘기하는데 펩은 마시아에서 미드필드로 뛰던 애들은 다 우상으로 삼는 선수였고. 부임 당시를 보면 팀의 역사는 길고 화려한 흔적들도 있었지만 헤게모니를 잡은 적은 한 번밖에 없던 팀인데 그 한 번에 속해있는 선수였던 것도 컸고.
게다가 이미 스쿼드 안에 본인을 우상이나 롤모델로 삼아 성장한 푸욜, 챠비, 이니에스타라는 선수들이 자리 잡고 있었음.
그리고 레이카르트 때 팀 분위기를 흐리던 레전드들을 대놓고 조졌음. 보드진도 못 건드려서 (다 무너져가는 팀을 살려놓은 애들이니) 레이카르트가 질질 끌려다니던 애들을 보드진 의견을 무시하고 겸손하지 못하면 아무도 뛸 수 없고 팔아버릴 거라 선언한 거죠.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니 마르케즈, 앙리 같은 애들도 시즌 중반엔 펩 말이라면 아예 반박조차 하지 않았음. 규율을 벗어나지도 않았고. 어떤 경우에도 원칙을 어기지 않고 자신을 믿으면 똑같이 믿음으로 보답해 줬으니.
에투도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 됐을 때 (분요드코르는 안 간다 했을 때) 본인이 숙이고 들어갔음. 뛰어야 하니까. 근데 막바지에 또 지멋대로 행동하니 펩이 절대 안 쓴다 선언한 거고.
루쵸 역시 모두가 내보낼 리가 없다 확신하던 세스크를 내보내고 가벼운 분위기를 종종 가져가던 피케를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조지면서 아무리 입지가 좋은 선수여도 자신 밑에서 뛰려면 프로페셔널한 자세와 감독인 본인이 요구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걸 강조했죠.
애초에 선수 시절 마드리드에선 발다노와 바르셀로나에선 반 할하고 들이박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임. 본인도 그런 경험들이 선수 시절 때와 감독이 됐을 때 느낌이 너무 달라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밝힌 적이 있었고.
유지가 위험하다 얘기하는 건 그 분위기를 감독과 같이 만들어 내도 시간이 지나면 선수들이 안정성을 찾고 동기 부여를 잃고 위기의식이 사라져서 위험한데 기존 선수단들은 그대로인 상황에 감독이 새로 들어오면 더더욱 위험하고 끌려다닐 수밖에 없음.
그러니 네덜란드 감독들이나 옛날 펩은 자기가 잘 아는 애들을 집어넣고 선수단을 뒤섞어버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규율들을 만들어 분위기를 강제로 바꿔버리려 하는 거임.
그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싫으면 비엘사처럼 머리 큰 애들은 다 거르는 거고.
무링요는 외부의 적들을 만들어서 너네가 봐야 할 적은 여기 있는 게 아니라 바깥에 있으니 뭉쳐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 거구요.
시대가 변했으니 무링요 같은 방식들은 피해자로 느껴지니 좋아 먹히지 않고. 선수들을 다루는 방식도 변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펩도 그러고 있지만 사실 여전히 빅 클럽에서 감독 말을 따라오게 만드는 건 본보기로 한 명을 조지는 거임.
현재의 마드리드는 오랜 기간 유지 보수가 되어오던 팀이 트로피를 계속 따왔고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쉬어가는 타이밍에 부임했으니 부임 자체는 합리적이고 좋아 보이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한 규율 속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터치하는 감독과 충돌이 있는 건 정상적인 과정.
쉽게 얘기하면
레전드로서 그렇게 입김이 세지 않고 이미 많은 성공을 하거나 일부라도 맛을 본 선수들 입장에서 알론소의 입지나 경력이 그렇게 높게 볼만한 요소가 되지 못하고.
기계적임을 강조하는 지도 스타일상 기존의 것들이 몇 년째 입혀져 익숙한 선수들에겐 지나친 간섭이라 느끼는 게 오히려 정상적이라는 것. 사실 더 디테일한 얘기들을 봐야겠지만 굳이 따지면 너무 복잡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측면에선 파리-투헬과 좀 비슷한 면들이 있다고 보이기도 함.
그렇다면 감독의 힘을 실어준다는 명분 아래 시즌 시작 전에 누구 하나는 본보기로 조져놓고 갔으면 잡음은 상대적으로 덜하거나 조금 더 인내심이 있다거나 순탄했을 확률이 더 높다는 거.
좋은 스쿼드에 좋은 감독이 잘 버무려질 거라는 보드진의 판단이 한편으론 조금 안일하지 않았나.
어떤 쪽으로든 현 시점에 본보기로 조져놓으면 그 여파가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결국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한 상황. 티끌 모아 태산이랄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