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간격으로 경기가 많다는 건 몇 차례 언급했던 거처럼 회복 루틴이 깨져있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기도 합니다.
안첼로티가 저번 시즌에도 한 번 얘기했던 거 같은데 72시간의 기준은 예를 들어 우리나라 시간으로 목요일 새벽 5시에 경기를 했으면 일요일 새벽 5시에 경기를 해야 한다는 소리임.
그리고 이 3일이 온전히 회복 루틴에 쓰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결국 72시간이란 시간이 회복에 다 쓰이려면 경기 텀은 4-5일 간격이 최대치인 거죠. 근데 그러면 평일이나 주말 어딘가는 전 세계 팬들 대다수가 불편해지는 시간대가 되니까요.
앞의 예시로 4일 간격으로 3주를 돌린다 했을 때 가정하면
목요일 새벽 5시
월요일 새벽 5시
금요일 새벽 5시
화요일 새벽 5시
토요일 새벽 5시
수요일 새벽 5시 이런 식으로 되어버림.
결국 이동 거리를 빼놓고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으니 그 시간들은 클럽들이 다 부담하고 8-90% 라도 갖춰서 나와라가 일반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최소 48시간은 보장해 주겠단 얘기가 나왔던 거임.
변수 차단을 아무리 잘하고 컴팩트한 스쿼드를 만들어 잘 관리해도 언젠가는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피할 수가 없다는 얘기기도 하죠.
경기를 뛰면서 소모하는 에너지와 그로 인해 따라오는 체중 감소 (보통 3-4kg 정도) 를 시작으로 선수마다 다르겠지만 쌓이는 정신적인 데미지 등을 고려하면 사실 1순위는 항상 여유로운 시간 텀을 두고 회복을 가져가는 거임.
펩의 성공 이후로 가장 많이 변한 게 경기 직후부터 체계적으로 회복 루틴을 진행하는 건데 그만큼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관리가 되지 않으면 금방 망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볼 수 있죠.
먹는 거부터 잠자리, 주변 환경 등등 예전이랑 달라도 너무 달라졌음. 특히 요즘은 감독이 독단적이지 못한 세상이 됐고 (가능하더라도 옛날에 비하면 매우 제한적) 선수들을 꼬맹이들 다루듯이 합숙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세상이라 관리라는 하나의 영역 자체도 능력의 일부가 됐음.
예전에는 주요 경기 앞두면 합숙, 원정 경기도 중요한 경기면 미리 가서 합숙하는 게 당연했는데 요즘은 그런 게 불가능하죠. 시대가 변했고 판단 기준도 많이 변했으니까. 그만큼 선수들도 옛날에 비하면 프로페셔널해졌구요.
그래서 선수들은 개인 트레이너가 있고 감독들은 사단이 있고. 심리 치료사를 사단 중 하나에 넣거나 연계 병원을 찾기도 하고 피지컬 트레이너는 최신 기계들이나 의사들과 연계한 트레이닝론을 짤 수 있는 이론가들이 주목받는 세상이 됐죠.
단순히 축구 선수들이 시즌 내내 지루해하지 않는 트레이닝론만 짜는 게 아니라 회복 훈련을 얼마나 잘 짜내고 효율성 있게 만드냐가 더더욱 중요한 요소가 돼 가고 있다는 거임.
근래 들어 감독을 뽑을 때 빅 클럽들에서의 선수 경험이나 아니면 EPL, 리가, 세리에, 분데스리가 등의 빅 리그 경험들을 중요시하는 것도 3일 간격을 얼마나 경험해 봤냐가 간과할 수 없는 요소기 때문에 그럼.
이런 체계적인 트레이닝론과 회복 루틴이 없는 감독들이 무지성으로 휴식이나 휴가를 선택하는 것도 무능해 보일 수 있어도 사실 합리적인 판단 중 하나기도 하구요. 모든 스포츠계 의사들이 일단은 휴식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조하거든요.
예시로 답이 안 나오면 일단 휴식과 휴가를 무지성으로 선택했던 챠비도 그게 무능해 보일 수 있어도 사실 자신의 경험에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거죠.
프루나가 다른 스포츠계 의사들보다도 훨씬 더 휴식을 중요하게 보는 의사 중 한 명이기도 하구요. 근육계 데미지나 무릎 데미지 쌓이는 걸 엄청 싫어하는 의사로 옛날부터 유명했거든요.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일반적인 루틴은 이렇다고 봐야 하는데
경기 - 끝나면 모든 선수들이 집으로 가기 전부터 회복 훈련의 루틴이 시작 - 다음 날 바로 회복 훈련 시작 - 2일 차 7-80% 회복에 맞게 훈련 진행 - 3일 차 경기 준비 훈련 진행 - 경기 - 반복.
이게 깨지면 안 된다는 소린데 여기에 원정 경기 이동이 끼는 순간 3일 차가 무조건 박살이 나버림.
펩이 그래서 바르셀로나랑 뮌헨에선 시즌 전에 모든 계획을 다 짜두고. 강도 높은 피지컬 트레이닝을 휴식기에 진행해 최대한으로 선수들 몸을 피로하게 만든 뒤 2개월 (1월, 2월) 좀 안 되는 시간을 순전히 전술적 중심이나 그에 준하는 선수들의 기량으로 버티면서 3일 간격이 가장 몰린 후반기에 모든 시간을 회복에만 쓰던 거임.
EPL 은 안 되는 게 12월이나 1월에 2주 정도의 여유가 없고. 전반기에 차이를 확 벌려놓는 게 아닌 이상 3-4경기 자빠지는 게 상대적으로 타격이 너무 커서 장기 레이스를 우선시 둬야 하는 감독 입장에서 모험을 할 수가 없음.
다른 리그들도 이제 얘기가 많이 달라진 건 챔스가 리그 페이즈로 바뀌면서 텀이 없어졌고 A매치가 점점 늘어나서 그럼. 개인적으로 11월과 3월 A매치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둘만 없어져도 빅 클럽들은 숨통이 엄청 트일 거라 확신하기 때문.
요즘 축구가 재미없을 수밖에 없는 게 다양한 요소들이 기가 막히게 다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그럼.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의 흐름 + 더 심해진 평균적인 체력 소모 + 회복 루틴의 파괴로 인한 전술전략 훈련의 부족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으니까요.
누적은 빨리 쌓이는데 터지는 건 더 크게 터지는 악순환이랄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