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는 건데 토탈 풋볼은 티키타카가 아님. 애초에 크루이프나 펩이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왜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지도 의문이고.
크루이프는 아기자기한 축구를 추구한 게 아니라 공수가 동시에 이뤄지고 볼을 소유함으로써 경기를 지배하고 원하는 방식과 양상으로 경기를 끌어가는 걸 추구한 거임. 그래서 늘 얘기하는 거죠. 상대가 뭘 할지를 생각하지 말고 하던 걸 하고 그걸 가다듬어서 어떻게든 상대가 우리가 원하는 데로 움직이게 만들라는 거죠.
크루이프가 자신의 책 중 하나인 Me gusta el futbol 에서 제일 처음 썼던 얘기들 중 일부인데
"축구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측면으로 이루어져 있어. 첫째는 볼을 가지고 있을 때 정확하게 패스할 수 있는 거. 그리고 둘째는 볼을 받았을 때 그걸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지. 볼을 다루지 못하면 패스도 할 수 없고 다른 것들도 할 수 없으니 필드 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이 두 가지라고 볼 수 있겠지."
"그리고 축구는 많은 실수가 발생하는 스포츠고 때로는 올바른 판단이라 느끼고 실행해도 실수로 이어질 수 있고 그 정도의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해. 그렇기에 볼을 잘 다루는 거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거지. 볼은 발로 올 수도 있고, 허리 높이로 올 수도 있고. 가슴 또는 머리로도 올 수 있어. 그렇기에 경기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볼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거지."
"그렇기에 모든 수단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순간순간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는 판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거야. 어떤 이유로든 볼이 오는 것을 가리고 그런 것들을 다 컨트롤 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을 거고 팀의 성과는 물론이고 팬들의 볼거리도 형편 없어지겠지."
"안타깝게도 교육이나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변화 등이 일어나면서 이런 것들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생각해. 내가 보기에 축구를 잘한다는 건 모든 동작을 올바르게 해내는 거야. 볼을 움직이는데 속도와 정확도가 필요하다면 그걸 적절하게 해낼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지. 볼의 리듬, 자신이 다루는 컨트롤, 패스를 하는 방법, 내 위치나 동료들의 위치 보고 올리는 크로스 등등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뛰어나야 가능한 일이야. 의심할 여지없이 근래 나오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런 기술적인 면에서 떨어지는 건 배우는 장소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고."
이전에도 얘기했던 거처럼 이후는 길거리 축구에 대한 칭찬이고. 크루이프가 얘기하고자 하는 건 그런 여러 가지 변수들이 난무하는 길거리 축구에서 배우는 것들이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하고 여러 가지 대응책을 겪게 하면서 선수를 창의적으로 만들고, 더 온몸을 쓰게 만들고, 기술적으로 향상할 수 있게 만든다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브라질리언들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본인도 호마리우를 썼고. 바르셀로나도 늘 위기마다 브라질리언들이 거쳐갔음. 토탈 풋볼의 이상향은 티키타카가 아니라 그냥 전원 미드필드화임. 수비수도 미드필드가 되어 경기를 지배하고 볼을 소유하는데 관여하고 포워드도 미드필드가 되어 그것을 행하고. 다 같이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는 거죠. 크루이프가 항상 상대보다 미드필드가 1명이 더 많아야 한다고 얘기하던 것도 이런 맥락임.
점유율도 높은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인 거고. 비엘사는 이런 토탈 풋볼의 이론이 너무 이상적이라 느껴서 그것을 다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체력이라 느끼기에 1~2명의 영리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삼아 필드 위에 있는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괴물이 되어야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생각한 사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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