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비안 루이즈의 위치 변화, 요렌테와 쿠쿠렐라 둘 중 한 명만 먼저 올라가는 좌우 활용을 바탕으로 해서 공간을 만들어 내고 공략하려는 의도가 명확했음. 파비안 루이즈는 파리에서도 포워드 역할을 겸하기도 하고 좌우를 덜 가리고 넓은 범위를 뛰는 것에도 익숙하고 스페인에선 이런 미드필드가 페드리와 얘밖에 없으니 야말과 니코가 없으면 결국 쓸 수밖에 없음.
게다가 저 둘이 없으면 안과 바깥을 다 쓰는 포워드들이 아예 없는 명단이다 보니 상호 작용도 잘 안 되는 라인업을 짤 수밖에 없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넣어서 혼란을 주고 순간적으로 비는 공간을 만들고 공략하는 게 중요하다 본 거죠.
게다가 따라가는 수비가 아예 안 되는 가짜 수비수들 두 명을 센터백 조합으로 구성했기에 쿠쿠렐라와 요렌테가 동시에 빠르게 올라가서 상대를 가둬버리는 건 데 라 푸엔테 입장에선 하이 리스크라 판단했을 거고. 그래서 상대가 완전히 다 내려갔다 판단이 될 때, 변형 쓰리백 대형을 깨면서 2대8 페너트레이션으로 전개를 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될 때. 이런 경우들에만 올라가지 않던 풀백이 마저 올라가는 모습을 보였음.
그리고 파비안 루이즈의 위치 변화에 맞게 페드리도 좌우를 넘나들면서 좌우에서 양 방향 패싱이 가능하게 설계를 해두면서 4명이 중앙에 서고 2명이 좌우로 퍼져 6명이 벽을 상대하면서 2명 (로드리, 파비안 루이즈, 페드리 셋 중 둘) 은 상황 판단을 하면서 박스 공략에 나서는 거였죠.







2. 오야르사발과 페란 토레스가 불확실한 볼에 대한 경합이 잘 안 되고 땅으로 굴러오는 볼에 더 강하니 일단 박고 보는 가비와 위치 변화가 자연스러운 파비안 루이즈를 얘네들 짝으로 붙인 셈. 가비는 도망 다니거나 피하지 않고 일단 과감하게 들어가니 좌우 공간이 더 잘 날 거라 생각한 거고 실제로 쿠쿠렐라를 더 이용하려 한 게 가비가 더 적극적이었기 때문. 간격과 대형 유지도 이쪽이 더 잘 됐고.
페란의 한계를 파비안 루이즈로 가리려 한 건데 파비안 루이즈 본인도 움직임이 빠르지 못했고 페란과의 호흡이 좋지 못했음.
3. 팀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는데 상대가 이런 좌우 활용에 금방 익숙해질 것을 선수들이 우려했던 건지 아니면 한 골만 빨리 나오면 경기가 그대로 끝날 거라 생각했던 건지 (당연히 둘 다 있겠지만 우선순위는 있을 거니) 전개를 과하게 빠르게 가져가려 했음. 그로 인해 안 나와도 되는 패스 미스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음.
너무 이상해서 이미지를 따다가 itv 하프타임 아날리시스도 한 번 들어봤는데 후안 마타와 엠마 헤이스 (미국 여자 대표팀 감독) 그리고 포스테코글루 역시 똑같은 지적을 제일 먼저 했음. 심지어 데 라 푸엔테가 화내는 장면까지 더해준 걸 보면 감독의 의도였다기보단 선수들이 급하게 플레이하려던 게 맞았다는 거겠죠.
4. 이 문제는 연장선으로 오야르사발과 페란 토레스의 문제점들을 더 가속화시키고 스페인이 가면 갈수록 더 말려버리는 원인이 돼버렸음. 둘 다 적극적으로 상대 선수들을 움직이게 하거나 시선을 뺏으려 하지 않고 찬스들을 기다리고 볼을 편하게 받으려 하고 아니면 자신이 찬스가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 때만 뛰었음. 이럴 거면 둘 중 한 명만 쓰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싶은데 교체 명단을 보니 또 납득이 가기도 하고 딜레마였던 거 같음.
오야르사발 보니까 한쪽 허벅지에 테이핑을 엄청 많이 해놨던데 왜 썼을까. 하던 데로만 하면, 플랜대로만 잘 굴러가면 쉽게 이길 경기였다는 생각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페란이 유독 멍청한 게 눈에 띄어서 그렇지. 얘도 만만치 않았음. 그렇게 서있을 거면 어떻게든 카보 베르데의 포백과 협력 수비들 사이에서 2~3명 하고 붙어있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기를 쓰고 한 명하고만 붙어있으려 하고 자기 공간 확보 하려는 움직임만 가져가던 거 보면 제정신 아니었음. 셋 중 가비만 인지하고 열심히 하고 있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







5. 근데 가비는 움직임만 좋았을 뿐. 플레이의 실속은 사실 거의 없었어서 페란을 차라리 왼쪽으로 보내버리고 메리노를 넣어서 자리를 무조건 채워놓게 두고 페드리와 로드리 둘을 자유롭게 풀어버리고 요렌테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쓰기 위한 선택을 한 것. 근데도 페란 토레스랑 오야르사발이 쌍으로 뻘짓을 하니 페란을 빼버린 거죠.



6. 굳이 이 경기에 야말도 모자라서 올모, 니코까지 다 넣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는데 경기 감각과 리듬을 생각하면 그래도 필요한 선택이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전반전부터 스페인이 말린 게 너무 보인 경기였음. 카보 베르데가 끝까지 침착하게 정신 차리고 잘 버틴 것 역시 칭찬할만한 부분.
가짜 수비수들도 모자라서 가짜 포워드들도 쓴 경기라고 요약하면 적절할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