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부터 갈란, 리누가 돌대가리 짓을 해서 분위기를 말아먹은 경기긴 했음. 그럼에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잘 풀어나가면서 알바레즈 골까지 나왔는데 동시에 문제점들도 적나라하게 나온 경기라 봅니다.
(초장부터 볼만 보고 동료들 위치를 안 봤음)
(랑글렛은 이렇게 주변 동료들과의 간격이 벌어져 있거나 자기가 자리를 미리 못 잡았을 때 수비를 잘하는 수비수가 아님. 근데 볼이 어디로 향할 지도 안 정해졌는데 호드리구한테 붙어버리고 리누는 움직이니 랑글렛-갈란 사이 간격은 박살나고 공간이 다 열렸죠.)
(TNT 스포츠 하프 타임 분석에서도 퍼디난드가 이 부분을 지적했음. 호드리구가 이미 볼을 받고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일단 붙어버리니 간격이 박살난 거. 제가 리누를 같이 지적한 건 쟤도 주변을 보지 않았음)
(갈란이 스피드 싸움에서 져버리니 랑글렛은 자리도 못 잡고 여기서 바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바르셀로나에선 이러니 허구헌날 손 써댄 거. 여기서도 쪽도 못 쓰고 그대로 당하죠.)
(계속 정신을 못 차리다가 이 장면 이전 몇 분 전부터 둘 다 정신을 차리고 볼이 향하기 시작하면 움직이기 시작함)
(랑글렛은 저렇게 자기가 뒤에서 넉넉하게 자리를 잡아야 잘하는 수비수임)
일단 지난 몇 년 간의 아틀레티코를 보면서 종종 리뷰 다룰 때도 지적했던 부분이지만 너무 땅으로 가려는 성향이 짙은 점이 선수 구성상의 문제를 반대로 더 눈에 띄게 만든다고 봅니다.
물론 이번 시즌은 전술적 중심이었던 그리즈만이 맛이 심하게 가버리고 움직임이 죽어버리니 더더욱 이럴 수밖에 없었고 시메오네가 절충을 잘한 거다라고 보는 시선도 타당하다고 보긴 하는데 익숙한 팀들을 만나면 선수 구성상의 한계와 답답함을 지적할 수밖에 없는 건 이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결국 선발 라인업의 변화든 전술적 변형의 일환으로서 쓰임새가 있는 교체 자원들이든 마르코스 요렌테의 쓰임새를 다양하게 가져가거나 쇠를로트, 코레아를 넣고 기존보다 더 루즈볼 싸움,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는 거 말곤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구요.
전체적인 경기 플랜은 문제가 없었다 보긴 합니다. 보통 대부분의 팀들이 마드리드를 상대로 하는 횡으로 벽치고 일단 가능하면 멀리 길게 빵 걷어차기가 아닌 오히려 더 측면 싸움을 적극적으로 걸어 공수를 동시에 해내면서 좌우에서 잡으려는 의도였는데 저 땅으로 가는 게 너무 과해서 반대로 발목이 잡혀버렸음.
(아틀레티코는 대형과 간격이 깨져있거나 중앙을 내줄 가능성이 높을 때가 빼면 가능하면 전방 압박을 과도하게 넣지 않고 대응함)
(볼이 측면으로 가 전개가 이뤄질 때 여기서 승부를 보려 했음)
(첫 골 실점처럼 랑글렛과 갈란의 벌어지는 간격을 리누가 계속 못 메워줬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추아메니가 한 번 파준 거임)
(어떤 식으로든 볼을 탈환하면 전진을 하는데 여기서 선택지가 너무 없었음. 특히 그리즈만이 움직임이 너무 죽어버렸음)
(그리즈만, 알바레즈까지 박스 근처까지 다 들어와서 마드리드의 측면 전개가 이뤄질 땐 오른쪽은 알바레즈, 왼쪽은 그리즈만이 끼어들어가면서 +1 로 마드리드의 측면 공격을 제어하면서 동시에 공격도 하려는 거였음)
(이럴 때 선수들이 얼을 타서 대부분의 경우 그리즈만, 데 폴을 찾고 그러고 전개가 이뤄지니 마드리드 선수들이 너무 쉽게 대응함)
(하프 라인을 넘어오거나 넘어올 것 같으면 마드리드는 직선적으로 빠르게 측면을 타는 걸 제어하는데 집중했음. 멘디와 발베르데가 시메오네와 갈란을 필요하면 맨투맨으로 잡으러 갔죠.)
(대부분의 경우 땅으로 가지만 일단 넘어가면 알바레즈, 그리즈만 등도 있고 굳이 측면 공간을 넓게 내줄 필요가 없으니 전진할 공간도 틀어 막으면서 동시에 빠른 전진을 막으려 한 거임)
(역시 카마빙가가 붙어주면서 멘디는 시메오네를 잡으러 감)
(호드리구가 뒤로 크게 돌리게 하려고 랑글렛을 순간적으로 잡으러 감)
(결국 뒤로 돌리게 성공은 했지만 순간적으로 마드리드 선수들이 중앙에 다 몰리면서 우측 공간이 다 열려버린 상황)
(이렇게 대부분의 경우 꼭 누굴 거쳐서 땅으로 가려는 팀을 상대로 공간을 내줘버리면 그 누굴 거치는 게 생략되니 너무 쉽게 박스 근처까지 와버리는 거임)
(왼쪽도 알바레즈가 끼어들면서 숫자로 찍어누르고 마드리드 포워드들의 횡단을 막는 거임)
(왼쪽 전개가 여의치 않아 뒤로 돌자마자 발베르데가 중앙 공간으로 들어가고 있음)
(음바페가 센터백들 사이에 들어가서 시선을 끌어주는 게 아니면 계속 호드리구를 협력 수비로 쉽게 잡아 먹으니 발베르데가 사전에 리누를 떼어준 거임. 이러면 호드리구는 갈란만 제끼면 선제골만큼은 아니어도 쓸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니까요.)
(근데 아센시오가 못 읽고 안 줬죠.)
(발베르데가 바로 지적했죠. 시티 전처럼 엄청 여유롭게 볼을 찰 수 있는 양상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플레이 사이사이에 좁은 시야가 눈에 들어왔음)
(카마빙가는 내주고 바로 리누를 떼주려 하지만 이미 너무 깊은 위치고 아틀레티코 선수들이 다 들어와 있는 상황)
(정신을 차렸어도 결국 개개인이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들은 변함 없음. 갈란이 제일 돌대가리일 뿐. 리누도 돌대가리고. 랑글렛은 이미 한계가 다 까발려진 선수)
(후반전도 일단은 큰 변화 없이 갔음)
(두 번째 실점은 좌우 전환이 빨리 이뤄지면서 순간적으로 3대3 구도가 됐는데 역시 측면에서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뒷공간과 중앙을 상대적으로 덜 신경 써서 내준 게 컸음)
(과도하게 들러붙고 보통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음바페로 횡단이 시작 되니 그 부분을 먼저 의식하다보니 이렇게 공간을 다 내줘버렸죠.)
(그 후엔 요렌테만 비니시우스한테 따라 붙으면서 잘 대응했지만 브라힘이 골까지 잘 이어갔음)
(역시 미드필드, 센터백 구성 등이 아쉬운 건 여기서도 잘 드러남. 어디다 줄 지가 너무 뻔한데 데 폴이나 바리오스가 이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팀을 도울 능력도 안 됐음)
(마드리드가 선수들 개개인 능력은 좋지만 벤제마가 빠진 이후 협력 수비가 잘 이뤄질 때 횡단이 잘 안 된다는 점을 시메오네가 집중적으로 바라본 것 같은데 오히려 그것에 너무 집중해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중앙을 쉽게 내주고 브라힘이나 멘디를 너무 놓쳤음)
아무래도 대부분의 경우 땅으로 볼이 굴러가니 상대적으로 패스 루트를 빨리 찾고 움직이면서 패스 앤 무브가 더 부드러운 선수들한테 볼이 쏠릴 수밖에 없고 웬만하면 거쳐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들에서 마드리드가 데 폴이나 그리즈만을 놓치지만 않으면 되고 과하게 들러붙지 않아도 대응이 가능하니 어려움이 없었음.
그리고 간격과 대형을 갖췄을 땐 앞서 이미지들로 짚었듯이 좌우 다 직선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것만 잘 막아내면 됐는데 크게 구멍 난 순간이 없었죠.
이걸 맨투맨까지 섞어 쓰면서 대응한 건 아틀레티코는 측면을 때로는 엔드 라인까지 쓰면서 루즈볼 싸움에 능한 팀이기도 하니 당연히 직선적으로 달릴 공간은 안 내주는 게 맞으니까 그런 거라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사전 대응만 해줘도 볼이 횡으로 돌거나 뒤로 돌아버리니 오히려 아틀레티코가 답답해질 수밖에 없기도 했구요.
(첫 교체 이후에도 일단은 기존의 대응 방식을 그대로 가져갔으나 큰 차이가 없었음)
(모드리치가 일부러 루즈볼 싸움을 택하지 않고 짧게 주고 돌려 받아 볼 소유권을 이어가려 했는데 브라힘이 여기서 슈팅을 노리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마드리드한테 흐름이 넘어갈 것 같으니 중앙 공간을 틀어막고 횡으로 선수들을 줄세웠음)
(그리고 루즈볼 싸움에 강한 선수 중 한 명인 알바레즈를 최대한 써먹겠단 의도였죠. 이후엔 코레아와 쇠를로트까지 넣으면서 더더욱 이 의도를 확장시켰구요.)
(이제 측면 싸움은 하지 않음. 아틀레티코가 공격 루트를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의도기도 했음)
마드리드 입장에선 벨링엄이 없어서 답답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스코어 상으론 팽팽해 보여도 생각보다 너무 수월하게 풀리지 않았나 싶고. 아틀레티코는 경기 초반이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음.
그리즈만이 맛이 너무 심하게 가버려서 여기서 시메오네가 생각을 꼬아볼 게 있을까 싶긴 한데 2차전은 좀 다르게 나오거나 더 과감하게 나올 필요가 있지 않나 싶네요. 예전엔 틈만 나면 나오는 쫄보 기질의 시메오네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선수들 몇몇이 문제인 게 맞다 보는 편임.